추모비 건립 특강 ...퇴계선생의 글과 시 / 이성원 금계 황준량 선생 탄신 500주년 기념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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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114회 작성일 23-08-11 12:39본문
8. ‘신선들의 높은 모임 전설이 되리니!’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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2017년 7월 11일, 황재천黃載天 금계 종손께서 “금계선조 탄신 500주년 기념 비석 제막식에 강의를 해 달라” 하신다. 나는 ‘적임이 아니라’고 하니, “문중 결정이니 좀 수고해 달라.”고 말씀하신다. 내가 다시 “시간이 너무 촉박하여 원고를 쓸 수 없다”했으나, 소용없는 일이었다.
나는 평소 농암, 퇴계, 금계를 추모하는 마음을 항상 간직하고 있다. 마음의 고향 같은 분들이다. 내 마음 여정의 종점이고, 가고 싶은 고향 언덕이다. 세 분은 혈연, 학연으로 만났지만, 그 만남의 여정은 나이를 뛰어 넘어 이루어진, 세상에 남은 가장 지고하고 아름다운 만남이었다.
470년 전, 1547년 7월, 분강汾江 ‘귀먹바위(聾巖)’ 앞 ‘자리바위(簟石’)에서 회동한 기록은 한 폭의 그림이었다. 그 그림은 강과 달과 배와 술과 시가 있는 풍경이며, 동양 레저의 최고 품격인 ‘유상곡수流觴曲水의 풍류’였다. 여기에는 이미 농암을 비롯하여 모재(金安國), 회재, 신재(周世鵬), 온계(李瀣), 퇴계, 송강(趙士秀), 어은(任鼐臣) 등이 참여한 바 있는데, 젊고 젊은 금계가 이미 이들과 나란히 하고 있었다. 농암의 글과 시는 이러하다.
“‘자리바위’의 유상遊賞을 퇴계와 중거㑖擧(금계의 자)와 아들, 동생들이 함께 했다. 조그만 배를 타고 ‘귀먹바위’ 아래로부터 배 줄을 풀어 천천히 흘러갔다...이윽고 어두워져서 촛불을 밝히니, 바위는 강 한가운데 드리워 있고, 강물은 여기에서 좌우로 나누어져서 흘렀다. 한 줄기는 내가 앉은자리 곁으로 흐르고, 그 아래는 퇴계가 앉아 있었다. 내가 취하여 희극을 하는데, 술잔에 술을 부어 나무 가지로 만든 조그만 뗏목에 올려 띄우니, 퇴계가 아래에서 웃으면서 받아 마시기를 왕복 서너 차래, 중거의 무리들이 이 정경을 보고 부러워했다.”
蘸水奇巖有舊名 물속 기이한 바위 옛 이름 있었는데,
遊人探勝自篷瀛 유인이 사랑해 스스로 신선이 되었다네.
雨餘江漲波光碧 비 온 뒤 강물 불고 물빛 푸른데,
夜久烟沈燭影明 깊은 밤, 물안개에 촛불 그림자 선연하다.
坐石四隅隨地勢 바위모양 따라 네 구석에 앉아,
流觴兩處剩歡情 술잔을 양쪽으로 띄우니 기쁨이 넘친다.
醉來還泛中流棹 취하여 배를 띄워 강 가운데로 흘러가니,
飛沫西風洒面淸 휘날리는 서풍에 낯이 씻기어 상쾌하다.
(시 제목(詩題)- 비온 뒤 배를 띄우고 점석에서 유상하며 퇴계의 시를 따라 짓는다. 원문: 雨餘泛舟遊簟石次退溪)
퇴계의 글과 시(原韻)는 이러하다.
“농암 상공께서 성주(임내신)와 나를 맞이하여 천석에서 유상하고자 했다. 그날 비가 와서 성주는 왔으나 나는 가지 못했다. 며칠 뒤 다시 부르셨다. 나와 중거 및 여러분이 배를 띄워 ‘자리바위의 놀음’을 만들었다. 이리하여 이날 강각江閣에 유숙했는데, 상공께서 시로써 그 사실을 기록하셨다.”
원문: 聾巖相公邀城主及滉遊賞泉石, 其日雨城主來而滉不往, 後數日再招, 滉與仲擧諸人泛舟 爲簟石之遊, 仍留宿江閣, 相公令詩以寄其事
投老歸田豈爲名 벼슬을 던짐이 어찌 명성을 위함인가
陪遊泉石似登瀛 모시고 천석에서 노니 선경에 오른 듯.
賜書屢賁楊三逕 여러 번 책을 하사 받은 양억楊憶과
欶水寧論賀四明 삭수欶水의 하사명賀四明을 어찌 비유하리!
雨送雙鳧雖絶勝 빗속에 신선을 보내니 경치 더욱 빛나고,
風吹一葉更多情 바람 한 잎 불어오니 더욱 다정하다.
林間小閣通宵夢 숲 속 소각에 밤새도록 꿈인데,
陡覺神魂分外淸 문득 깨어나니 정신이 분수밖에 깨끗해진다.
『농암집』, 雨餘泛舟遊簟石次景浩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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